세상에서 글쓰기에 가장 관심 많은 스타트업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여기를 'home'으로 느낄 거예요."

세상에서 글쓰기에 가장 관심 많은 스타트업

2021년 Stripe에서 일하는 사람이 테크니컬 라이터를 구한다는 공고와 함께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Stripe에서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Stripe 리더는 글을 씁니다. 엔지니어는 글을 씁니다. 그리고 그들은 글을 정말 잘 씁니다! Stripe에는 책과 잡지를 위한 자체 출판 부서도 있습니다. 글쓰기는 회사에서 하는 일의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핵심 기술을 소중히 여기고 축하하는 부족을 찾은 기분이 들 것입니다.

You will feel at home as a writer at Stripe. Stripe leaders write. Engineers write. And they write really well! Stripe even has its own publishing arm for books and magazines. Writing is a core piece of what we do as a company. It will feel like you found your tribe, where your core skill is valued and celebrated.

Being A Technical Writer At Stripe (David Nunez)

같은 해, 나는 토스페이먼츠에서 테크니컬 라이터로 일을 시작했다.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저 글을 발견했고 북마크 해둔 뒤 아직도 가끔 읽어 본다. 테크니컬 라이터가 있고, 기술 문서를 만드는 회사는 많지만 그 회사들이 항상 글쓰기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는 놀라운 글이었다. 일하면서 글쓰기를 더 잘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개인은 많지만, 글쓰기를 조직 문화로 중시하는 회사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이 사랑하는 결제 솔루션, Stripe

아마 Stripe라는 기업이 생소한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나도 테크니컬 라이팅을 접한 뒤에야 일종의 '기술 문서 바이블'을 만든 회사라는 걸 알게 됐다. Stripe는 개발자들이 사랑하는 결제 플랫폼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처음에는 일종의 개발자 커뮤니티였다고 한다.) 현재는 글로벌 결제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 7월 기준 기업 가치는 약 90조 원 이상이라고 한다. 다양한 산업에서 많은 기업들이 Stripe의 결제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Stripe의 초기 성공은 개발자 중심의 접근 방식과 뛰어난 문서화 전략 덕분이었다. 개발자들이 최소한의 노력으로 결제 시스템을 통합할 수 있도록 쉽고 직관적인 API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고, 읽는 사람을 고려한 기술 문서를 제공했다.

지금은 복잡해져서 적용할 수 없지만 예전에 Stripe는 'Seven lines of Code'라는 캐치프레이즈도 있었는데, 단 7줄의 코드만으로 결제 시스템 구현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2011년 stripe.com 의 일부 스크린샷(인터넷 아카이브 Wayback Machine 제공)

이렇게 개발자 경험을 중시하는 것을 DX(Developer eXperience)라고 한다. 그리고 DX에는 개발자가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 읽는 문서 경험도 포함된다.

좋은 문서는 글쓰기 문화로부터

명확하고 상세한 문서화는 개발자들이 Stripe의 기능을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Stripe가 훌륭한 문서를 제공한다는 사실 자체를 넘어, 어떻게 문서를 잘 쓰려고 생각했을까 궁금했는데 그 배후에는 글쓰기 문화가 있었다.

글의 초입에서 인용한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은 ‘Stripe 리더는 글을 씁니다.’이다. 리더가 중시하는 가치는 곧 조직이 헌신하는 가치가 된다. 실제로 Stripe CEO는 글쓰기 문화를 무척 중시하는 사람이고, 그걸 회사에서도 계속해서 실천하고 있었다. 스스로가 이메일을 거의 논문에 가깝게 정성들여 쓴다든지, 성과 평가에 문서화 능력을 포함한다. 뿐만 아니라 Stripe Press라는 자체 출판 팀이 있는데, 이 부분은 좋은 의미에서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팀에서는 비즈니스와 명확한 관련이 없는 과학, 기술, 아이디어와 관련된 책을 복간하고 출판한다. 또 Increment라는 개발 관련 잡지도 발행했었다. 이 잡지는 개발 팀이 일하는 방식에 대한 지식이 업계에 잘 쌓이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커뮤니티에 함께 지식을 쌓기 위해 글을 쓰고 발행하고 모은다는 접근을 실천하는 게 멋졌다.

며칠 전에는 Works in Progress라는 특이한 웹진을 알게 됐는데, 2022년에 Stripe의 일부가 되어 현재 Stripe Press에 소속되어 있었다. 이 팀은 Stripe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거나 받지 않기 위해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한다. 세상을 개선하기 위한 새롭고 과소평가된 아이디어를 탐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글쓰기와 출판물의 가치를 믿으며 꾸준히 무언가 하고 있는 회사라는 것을 계속해서 확인하게 된다.


문득 2년 전 쯤 Stripe 팀원들과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나눴을 때가 생각난다. 문서의 가치 측정이 무척 어려워서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았는데, 특별한 메트릭은 없었다. 다만 기억에 남는 말은 '우리 회사와 리더는 문서를 가치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과 제품 가치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나이브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꽤 도구적으로 접근한 질문에 이런 대답이 돌아오니 조금 멋쩍어 졌다. 특히 문서를 만드는 테크니컬 라이터로서 그랬다. 숫자로 모든 것을 측정하려고 하면 숫자로 환산할 수 있는 것만 측정하게 된다거나, 있다는 것 자체로 임팩트인 제품이나 팀도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해볼 수 있었다.

테크니컬 라이터로 일하면서 종종 '사람들은 읽지 않는데..'라는 생각이 치고들어와 문서의 가치에 대해 자문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 회사의 노력과 실천을 다시 살펴본다. 그리고 개발자의 일이 코딩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도 떠올린다. 개발자와 글쓰기, 읽기는 꽤나 가까이 있고 어쩌면 늘 함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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